감염병은 전 세계적으로 인류 건강과 삶의 질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요소로 작용해왔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코로나19, 원숭이두창, 그리고 각종 계절성 독감 등의 유행을 겪으면서, 감염병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예측이 공공 보건의 핵심 과제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전염병의 전파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그 경로가 복잡해짐에 따라 기존의 예측 및 대응 체계는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AI)은 감염병을 보다 빠르게 감지하고, 그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도구로서 각광받고 있으며, 기술 기반의 의료 혁신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습니다.
감염병 예측에 AI가 필요한 이유
기존의 감염병 예측은 대부분 통계 모델과 보건 전문가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이동량이 많아지고,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가 빨라지는 현재의 환경에서는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복잡한 확산 양상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예측하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AI는 다양한 형식의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ㆍ분석하여 기존 모델보다 훨씬 더 높은 정확도와 속도를 자랑합니다. 예를 들어, 지역별 감염자 수, 인구 밀도, 대중교통 이용 현황, 실내외 기온과 습도, 사람들의 온라인 검색 기록, 뉴스 기사, 심지어 SNS 상에서의 대화 내용까지도 감염병 예측 모델의 입력 변수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AI는 인간이 수작업으로는 도저히 분석할 수 없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새로운 패턴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머신러닝 기반 모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며 성능이 개선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 번의 예측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인 학습과 개선을 통해 실제 정책 수립에 필요한 실시간 예측,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백신 공급 우선순위 설정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 사례와 기술 응용
AI 기반 감염병 예측의 대표 사례 중 하나는 캐나다의 헬스테크 기업 블루닷(BlueDot)이 개발한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비행기 항공권 데이터, 감염병 뉴스, 동물 감염 보고서 등을 종합 분석하여, 2019년 말 코로나19의 초기 발생을 WHO보다 먼저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는 AI가 단순한 수치 예측이 아닌, 실제 세계적 팬데믹 대응에도 적용 가능한 기술임을 증명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또 다른 예로는 구글의 딥마인드가 있습니다. 이들은 바이러스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기 위해 '알파폴드(AlphaFold)'라는 AI 모델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통해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치료제 및 백신 연구에 필수적인 생물학적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 질병관리청 역시 AI 기반 독감 예측 시스템을 도입하여, 매년 가을부터 겨울까지 독감 유행 시기를 사전에 예측하고 백신 배포와 예방 캠페인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국 단위의 실시간 병원 방문 데이터를 수집ㆍ분석하여, 감염병의 지역 확산 정도에 따라 대응 단계를 자동 조정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한계와 윤리적 고려 사항
AI 예측 모델은 매우 강력한 도구이지만, 전능한 존재는 아닙니다. 그 정확도와 신뢰성은 사용되는 데이터의 품질과 양, 그리고 모델 설계의 적절성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감염병 초기에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거나 불완전한 경우가 많아 예측 모델의 성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예측은 불필요한 사회적 공포를 유발하거나, 정반대로 필요한 대응을 늦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AI 모델은 예측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왜 그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설명 가능성의 부족' 문제는 특히 공공 정책 결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사람들의 이동 제한, 자가격리, 지역 봉쇄와 같은 중대한 조치를 내릴 때 AI 예측만으로 이를 정당화하는 데는 윤리적ㆍ법적 한계가 따릅니다.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 보호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감염병 추적을 위해 필요한 개인의 위치 정보, 건강 정보, 접촉 이력 등은 민감한 데이터에 속하며, AI가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윤리적 원칙에 따른 수집 및 사용 동의 절차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거나, 사회 전반에 대한 AI 시스템 불신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미래 전망: 초개인화 예측과 글로벌 대응
AI 기반 감염병 예측은 앞으로 더욱 정밀하고 통합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첫째, 웨어러블 기기와 IoT 센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개인의 체온, 호흡수, 심박수, 수면 패턴과 같은 생체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이를 기반으로 개개인의 감염 위험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는 '초개인화 감염 예측 모델'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둘째, 유전체 분석 기술과 AI를 접목하면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특정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취약성, 백신 반응성 등을 예측하여 맞춤형 예방 전략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공공 보건뿐 아니라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의 핵심 기술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셋째, 전 세계 공공 보건 데이터를 연계한 글로벌 감염병 예측 플랫폼의 구축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UN, WHO, 각국 보건당국이 보유한 자료를 통합 분석함으로써 국가 간 전염병 대응 협력이 강화되고, 국경을 넘는 감염병의 조기 차단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은 기후 변화, 도시화, 생물다양성 감소와 같은 복합 요인을 함께 고려하는 다변량 예측 체계로 진화할 것입니다.
나의 생각
AI는 감염병 대응에서 단순한 기술 도구를 넘어서, 인류가 직면한 보건 위기에 대한 구조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술의 위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그 활용에는 분명한 책임과 기준이 따라야 합니다.
저는 AI가 의료의 주체가 되기보다는, 의료진과 보건 정책 담당자의 판단을 보조하고, 시민과 함께 협력할 수 있는 투명하고 설명 가능한 기술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앞으로 저는 감염병 예측 기술이 보다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기술과 인간의 균형을 고민하며 연구해 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