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이어족을 처음 알게 된 날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아침 8시에 출근해 밤 8시에 퇴근하는 생활, 때로는 주말까지 이어지는 업무와 회식.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편해지겠지, 라고 믿으며 버텼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 영상 속 사람들은 30대에 이미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고 있었다. 처음엔 "현실성이 있나?" 싶었지만, 영상 속 그들의 표정은 진짜 자유로워 보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매일 밤 파이어족 관련 영상을 찾아봤고, 점점 내 삶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2. 1단계: 지출 내역을 적나라하게 마주하기
내가 처음 한 일은 가계부를 쓰는 것이었다. 평소엔 "대충 쓰는 건데 뭐 어때"라는 마인드였지만, 파이어족이 되려면 내가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했다. 3개월간 꼼꼼하게 기록해보니, 매달 커피값으로 15만원, 배달앱에 20만원, 옷과 잡화에 30만원 넘게 쓰고 있었다.
처음엔 부끄럽고 후회됐다. 하지만 그 감정 덕분에 '진짜 필요한 소비'와 '습관성 소비'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가장 먼저 배달앱을 지웠고, 옷은 계절마다 꼭 필요한 한두 벌만 사기로 했다.
3. 2단계: 미니멀한 삶으로 전환하기
소비를 줄이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생겼다. 방 안을 둘러보니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로 가득했다. 처음엔 버리는 게 아까워서 중고거래 앱에 하나씩 올렸다. 물건이 팔리면서 비워지는 공간을 보니 묘하게 후련했다.
책상 위에 늘 올려져 있던 장식품, 입지 않는 옷, 안 쓰는 화장품들을 정리하면서 "내가 이렇게 많은 것들에 둘러싸여 살았구나"라는 걸 실감했다. 미니멀한 삶은 소비뿐 아니라 마음의 정리도 도와줬다. 공간이 정리되니 사고도 훨씬 단순해지고, 목표에 집중할 수 있었다.
4. 3단계: 수입 다변화와 투자 시작
지출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하자, 다음 단계는 ‘수입을 늘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월급은 정해져 있고, 승진도 쉽지 않은 상황. 그래서 나는 퇴근 후 블로그를 시작했고, 주말에는 재능마켓에서 디자인 작업을 받았다. 처음엔 수익이 거의 없었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월 30~50만원의 부수입이 생겼다.
이 돈은 전부 투자로 돌렸다. 처음엔 ETF에 소액 투자했고, 투자에 대해 더 배우면서 장기적인 수익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지금은 고배당 ETF와 우량 배당주에 월급의 일정 비율을 자동이체로 투자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복리의 힘이 느껴졌다.
5. 4단계: 나만의 FIRE 숫자 정하기
많은 파이어족 블로그를 참고하며 ‘나만의 FIRE 숫자’를 정했다. 내가 매달 최소한으로 쓰는 생활비는 약 120만원. 여기에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은퇴 후 매달 150만원을 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로 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800만원. 이를 위해 필요한 자산은 최소 4억~5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이 목표를 세운 순간, 모호했던 미래가 숫자로 명확해졌고, 더 이상 ‘언젠가’가 아니라 ‘계획 가능한 미래’가 되었다.
6. 5단계: 삶의 방향을 재정의하기
돈을 모으고 투자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은퇴 후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것이었다. 나는 매일 아침 글을 쓰고, 오후엔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가끔 소규모 여행을 떠나는 삶을 꿈꿨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산다는 게 불안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내 안의 확신이 점점 커져갔다.
지금 나는 조기 은퇴를 완전히 이룬 상태는 아니지만,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며 파이어족에 가까워지고 있다. 파이어족을 향한 이 여정은 단순한 돈 모으기를 넘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진짜 가치를 찾는 과정이었다.
7. 실행 중 마주한 현실의 벽
물론 이 과정이 언제나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투자 수익이 줄어들 때면 불안감이 몰려왔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나 조롱 섞인 말에 흔들릴 때도 있었다. 특히 “그렇게 살면 재미없지 않아?”라는 말을 들으면 가끔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 단단해졌고, 내 삶에 대한 주도권을 확신하게 되었다.
8. 내 주변의 변화들
내가 바뀌자, 주변도 달라졌다. 가족은 처음엔 걱정했지만, 점차 내 결심을 지지해주기 시작했고, 몇몇 친구들은 나를 따라 함께 소비를 줄이고 투자를 시작했다. ‘이런 삶도 가능하구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뿌듯해졌다. 그리고 나는 이 경험을 나누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목표도 생기기 시작했다.
9. 나의 생각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길은 절대 쉽지 않았다. 소비를 줄이고, 소득을 늘리고, 투자까지 병행하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은 노력이 들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나를 성장하게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만의 속도로 가는 것이다. 남들과 비교하면 불안해지기 쉽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속도로,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기로 했다.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훨씬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누군가는 파이어족을 향한 삶을 “고통스러운 절약”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건 내 인생을 주도권 있게 다시 설계해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은, 정말로 가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