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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과 집: 내 집 마련 없이 살아보기

by 시루언니 2025. 5. 5.

1. 파이어족과 '내 집'의 개념

많은 사람들에게 '내 집 마련'은 일생일대의 목표다. 부모님 세대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락하면 안 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하지만 파이어족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집을 자산이라기보다 '비용' 혹은 '자유를 제한하는 조건'으로 보기도 한다. 중요한 건 내 집 유무가 아니라, '어디서 얼마나 자유롭게 살 수 있는가'다.

 

처음엔 나도 집을 사는 것이 인생의 필수 단계라고 믿었다. 전세 자금 대출과 모은 돈을 합쳐 아파트를 사는 것이 현실적인 삶의 루트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자와 세금, 유지비, 관리비까지 계산하니 오히려 매달 나가는 돈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생각을 바꿨다. '집 없는 삶도 가능하다면, 나는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2. 집을 소유하지 않는 대신 얻는 것들

내 집이 없으면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내가 집을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얻은 것은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우선, 이동의 자유. 나는 언제든 다른 도시, 다른 나라로 옮겨갈 수 있다. 월세로 살기에 부동산 경기나 집값 등락에 대한 스트레스도 덜하다.

 

또한 초기 자본을 집에 묶지 않기 때문에, 그 돈을 투자로 굴릴 수 있다. 나는 주식, ETF, 리츠 등으로 자산을 운용하며, 그 수익이 집을 샀을 때보다 훨씬 유동적이고 수익률도 높았다.

 

무엇보다 심리적인 여유가 컸다. 관리비 고지서, 수도 배관 공사, 아파트 대표 회의 같은 번거로움이 없었다. 가벼운 짐으로 살아가는 대신, 정신적 공간도 함께 넓어졌다.

 

 

 

 

3. 파이어족이 선호하는 주거 형태

많은 파이어족은 고정된 자산보다 유연한 주거 형태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셰어하우스, 장기임대 원룸, 코리빙(co-living) 공간 등이 대표적이다. 나도 한동안 셰어하우스에서 살았다. 부엌과 거실은 공유하지만, 방은 독립적이었다. 집값이 아니라 사람과의 연결, 장소의 가능성이 중요해졌다.

 

장기 여행 중에는 에어비앤비 월세 계약이나 지역 카페 위층의 임시 거주 공간을 활용했다. 한 달, 두 달 단위로 새로운 곳에 머물다 보면, 집은 '정착'이 아니라 '거주 경험'의 플랫폼처럼 느껴졌다.

 

공통적으로 중요한 조건은 단 하나. '내가 편하게 집중하고, 쉬고, 나답게 있을 수 있는가?' 그 기준 하나만 지켜지면, 집의 형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4. 월세와 파이어족의 경제 구조

물론 집 없이 사는 삶에는 월세라는 고정지출이 따른다.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파이어족에게는 이 월세조차도 '투자 기회'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다. 집을 사는 순간 그 많은 돈이 '유동성 없는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매달 월세를 지불하면서도 그 이상의 투자 수익을 만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2억 원을 전세금으로 넣는 대신, 그 돈으로 배당 ETF에 투자했을 때 연 5% 수익만 나와도 월 80만 원의 현금 흐름이 생긴다. 이걸 월세로 전환하면, 사실상 거주비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핵심은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출을 이기는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 수익이 내 발을 묶지 않는다면, 나는 얼마든지 집 없이도 살 수 있다.

 

 

 

 

5. 정착하지 않아도 괜찮은 삶

'언제까지 이렇게 떠돌 거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특히 부모님 세대에게는 여전히 '정착'이 미덕이다. 하지만 나는 정착하지 않는 삶 속에서 더 많은 성장을 느낀다. 새로운 공간, 다른 동네, 낯선 이웃은 나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매번 짐을 싸고 푸는 일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작고 단단한 짐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은 오히려 짐을 줄이는 훈련, 선택의 기준을 분명히 하는 연습이 되었다. 나에게 '정착'은 공간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6. 집 없이 살기 위한 실전 팁

  1. 장기임대 플랫폼 활용하기: 국내외 장기 숙소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자. 에어비앤비, 스테이폴리오, 집토스 등에서 장기 계약을 문의하면 대폭 할인된 가격을 제안받을 수 있다.
  2. 짐 줄이기: 이사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가구, 옷, 물건은 최대한 미니멀하게 유지한다. 20L 배낭 하나로도 충분한 삶을 상상해보자.
  3. 주소지 관리: 통신사, 금융, 공공문서 수령을 위한 주소지는 친척 집이나 우편 사서함 서비스 등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4. 인터넷과 와이파이 확인: 집보다 카페나 코워킹 공간에서 일할 일이 많기 때문에, 거주 공간의 인터넷 환경은 필수 체크 포인트다.
  5. 장기 거주를 염두한 마을 선택: 의료시설, 대중교통, 도서관 등 인프라가 안정적인 지역은 장기 체류에 유리하다.

 

 

 

7. 나의 생각

파이어족으로서 집 없이 사는 삶은 단순히 '소유하지 않기'가 아니다. 그것은 '가지지 않음으로써 더 많이 얻는 삶'이었다. 나는 집을 사지 않았지만, 그 대신 자유를 얻었고, 경험을 넓혔고, 사람을 만날 기회를 가졌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다. 이사 준비가 번거롭고, 주소지 문제로 민원도 생긴다. 하지만 그 모든 단점을 감수할 만큼의 장점이 있다. 나는 오늘도 집을 소유하지 않지만, 어느 공간이든 나의 집이 될 수 있다. 집은 결국 내가 머무는 마음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착이 정답이 아니라면, 떠남도 잘못이 아니다. 나는 떠나되, 도망가지 않는다. 나는 집을 가지지 않되, 어디에서든 나답게 살아간다. 그게 바로, 내가 선택한 파이어족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