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이어족에게 퇴사란 무엇인가
많은 이들에게 퇴사는 끝이다. 하지만 파이어족에게 퇴사는 시작이다. 우리는 회사를 나오는 순간, 드디어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된다고 느낀다. 단순히 일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시간을 되찾는 행위'로 받아들인다. 물론 이 선택엔 감정의 파도가 함께 밀려온다.
나는 퇴사 직전, 매일같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해방감과 두려움, 기대와 걱정이 엇갈렸다. 사직서를 쓰는 손이 떨릴 정도로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나를 움직인 건 하나였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할지도 모른다'는 직감이었다. 퇴사는 내가 나를 믿고, 더 이상 타인의 시간표에 따라 살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2. 퇴사의 징후, 이렇게 시작됐다
나의 퇴사는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었다. 출근길이 점점 무거워졌고, 업무 시간엔 몰래 파이어족 관련 블로그를 읽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고, 회사 책상 위의 사무용 전화기 소리가 고문처럼 들렸다. 회식이 있는 날이면 이유 없이 울적해졌고, 출근 전날 밤엔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혼자 도시락을 먹으며 예산표를 만들기 시작했고, 엑셀 파일에 퇴사 후 생존 계획을 작성했다. 퇴사는 그렇게, 매일같이 쌓인 작은 이질감에서 비롯되었다. 점점 내 삶에서 '회사'가 중심이 되는 것이 싫어졌고, 나를 위한 시간이 사라져 가는 느낌이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들었다.
3. 퇴사 전 점검해야 할 5가지 준비
- 생활비 시뮬레이션: 최소 6개월치 생계비를 확보한 뒤, 실제로 '퇴사 모드'로 3개월 살아봤다. 배달 대신 직접 요리하고, 교통은 도보로 해결하는 훈련이었다. 예상보다 많은 지출 항목이 줄어드는 걸 체감했고, 나에게 꼭 필요한 비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 건강보험 전환: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건강보험료를 미리 계산해두었다. 생각보다 큰 지출이라 계획에 포함되어야 했다. 병원 방문도 미리 해두고, 치과나 피부과 등 자주 다니는 진료는 사전 점검을 통해 대비했다.
- 소득원 점검: 월세, 배당, 글쓰기, 부업 등 다양한 수익의 가능성을 점검했다. 완벽하진 않아도 '희망 시나리오'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블로그 운영, 재능마켓, 강의 준비 등 실제 수익화를 시도해보며 감을 익혔다.
- 사회적 관계 정리: 회사 외 인간관계가 빈약했기 때문에, 퇴사 후 고립되지 않도록 커뮤니티 활동을 미리 시작했다. 독서 모임, 글쓰기 모임, 재테크 스터디 등을 통해 퇴사 이후에도 인간관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마련했다.
- 퇴사 이유 정리하기: 막상 상사 앞에서 말하려니 이유가 흔들렸다. 그래서 A4 한 장에 진짜 이유를 정리해놓고, 그걸 읽으며 확신을 다졌다. 단순히 '힘들어서'가 아니라 '나답게 살기 위해' 나가는 것임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4. 사직서 쓰던 날, 나는 흔들렸다
사직서를 쓴 날, 온몸이 떨렸다. '지금 이 선택이 나중에 후회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몇 번이나 저장했다가 다시 지우기를 반복했다. 회사 시스템에 사직서 접수 버튼을 누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바로 그날 아침, 사무실 복도에서 상사에게 혼난 동료를 보며 결심이 섰다. 나는 내 시간을 누군가의 눈치로만 채우고 싶지 않았다. 한 문장짜리 사직서를 인사팀에 제출하고 돌아서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무서웠지만, 그 순간이야말로 '나의 삶'이 시작된 시점이었다. 그날의 햇살, 책상에 있던 내 머그컵, 동료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5. 퇴사 후의 허무함, 그리고 일상의 재설계
퇴사하고 나면 다들 '해방감'부터 떠올리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처음 일주일은 행복했지만, 곧 허무함이 밀려왔다. 아침에 일어날 이유가 없고, 하루의 목적이 흐릿했다. 출근 알람이 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동시에 불안감도 밀려왔다.
그때부터 '하루 루틴 만들기'를 시작했다. 오전엔 글쓰기, 오후엔 산책과 독서, 저녁엔 커뮤니티 활동. 나만의 일과표가 생기자 다시 삶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정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또한 나는 '퇴사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퇴사 후의 감정, 생각, 변화들을 기록하며 내 삶의 방향을 조율했다. 하루하루 나를 관찰하는 습관은 퇴사 이후의 혼란을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퇴사는 결국 '시간을 스스로 설계하는 능력'을 시험하는 시기였다.
6. 내가 진짜 얻은 것들
퇴사를 통해 나는 시간뿐만 아니라, 자존감을 되찾았다. 더 이상 누구의 평가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됐다. 물론 불안도 있었지만, 그 불안마저 내가 선택한 결과였기에 견딜 수 있었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지만, 더는 내 삶을 통제하지 않게 되었다.
무엇보다 퇴사를 통해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배웠다. 바로 나 자신의 감정, 건강, 인간관계, 창작 욕구 같은 것들이다. 회사를 떠났지만, 나는 나를 더 단단히 붙잡게 됐다. 삶의 리듬을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나는 다시 '살아있다'는 감각을 되찾을 수 있었다.
7. 나의 생각
퇴사는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 속에는 '변화의 가능성'이 숨어 있다. 나는 퇴사를 통해 삶의 방향을 바꿨고, 그 안에서 진짜 나를 발견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퇴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답게 살 수 있는 선택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는 있다.
파이어족으로 사는 건 단지 회사를 나오는 일이 아니라, 나답게 살아보겠다는 선언이다. 그 첫 걸음이 사직서였다. 그 종이 한 장이 나에게 준 건 자유였다. 그리고 그 자유는 지금도 나의 하루하루를 가볍고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때의 선택은 내 인생의 가장 큰 결단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결단은 지금도 나에게 매일같이 묻는다. "오늘, 너답게 살고 있니?"